루게릭병 견디며 문학박사학위 받은 이원규·이희엽 부부

보조기기 » 2007년 05월 15일

2004년 9월 2일자 내일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. 클리키 1.5를 사용해서 논문을 작성하셨다고 합니다.

이원규 박사와 부인 이희엽씨.“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는 거죠”

지난달 25일 성균관대 학위수여식장, 휠체어에 탄 남성과 그의 부인이 함께 연단에 오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.

주인공은 루게릭병(근위축성측삭경화증 ALS)을 앓으면서도 박사과정을 끝낸 ‘국문학의 호킹 박사’ 이원규씨(44)와 그의 헌신적인 지지자, 부인 이희엽씨(41·교사)였다.

발병 후 평균 기대 수명이 3~4년이라고 하지만 벌써 6년째 투병중이고 더구나 박사학위까지 당당히 취득한 이원규씨는 난치병환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밝고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다.

고대 영문과를 나와 동성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이원규씨는 항상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.

“Self Revolution!”

99년 초, 청천벽력처럼 찾아온 병마와 싸우면서 늘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.

평생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‘버틸 수 있을 때’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다. 자꾸 영어 발음이 새 버려 “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” 소형 마이크를 옷깃에 꽂고 가르치기도 했다.

지난해 더 이상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이 불가능해져 학교를 그만 둔 그는 다니던 성균관대 국문학 박사과정은 기필코 끝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.

93년에 등단한 시인인 그의 박사논문 <한국시의 고향의식 연구>는 정지용·오장환·백석 등 1930년~40년대 시인들의 고향의식을 주제로 삼고 있다.

논문을 처음 시작할 3년 전만 해도 책도 마음대로 펼쳐 읽고 컴퓨터 자판도 두 손으로 자유롭게 칠 수 있었다. 그러나 지난 해 말부터는 병세가 많이 악화돼 참고서적을 방바닥에 펼쳐 놓고 두 발을 이용해야 책을 읽을 수 있다.

논문작성 마무리는 화상키보드(클리키 1.5)를 이용해야 했는데 처음에는 오른쪽 검지와 중지를 사용할 수 있던 것이 올 2월부터는 검지 기능도 손상이 돼 남들이 10분이면 할 수 있는 문장 작성도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려야 한다.

“워드요? 남편이 워낙 의지가 강하고 일에 대한 열정이 높아서 논문도 혼자서 끝까지 완성한 거예요. 나는 시간이 되면 책장 넘겨주고 책 찾아 주는 정도였죠. 아휴~~ 얼마나 꼼꼼한데요.(웃음)”

언어장애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이원규씨가 단어 하나하나를 힘겹게 말하면 또박또박 한 마디씩 따라 하면서 입이 되어 주는 부인 이희엽씨의 표정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밝다.

루게릭 병은 대부분 2~3년 안에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된다고 한다. 그래서 미국에 사는 남편 친구가 한국보다는 의료 환경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덜한 미국에서 살 것을 권유했을 때 희엽씨는 솔직히 귀가 솔깃했다.

“언젠가 신문기자였던 분이 루게릭에 걸렸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어요. 생활보호대상자로 생활하는데, 도와주는 이 없이 부인이 5분마다 석션을 해주면서 하루 24시간 혼자서 간호하는 모습을 보고 덜컥 겁이 났거든요. 우리 가족이 불쌍하게 보이는 것도 싫었고요.”

결국 한국을 떠날 수 없다는 남편 의견을 따르기로 했지만, 우리 현실과 비교했을 때, 장애인 1명에 파트타임 자원봉사자가 50명이나 될 정도로 복지제도가 잘 돼 있는 미국은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.

“남편은 너무 열심히 살고 있어요. 저보다 더 열심히요. 어떤 때는 저 사람이 정말 환자 맞나 싶어요.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믿는 거죠.”

그의 홈페이지 한쪽 투병기에는 99년 발병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루게릭과 싸우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어 가슴 뭉클하게 한다.

루게릭 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한다.

이원규 박사는 평생 후학을 길러내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. 세계적인 물리학자 호킹 박사가 음성변환장치로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세상에 전할 수 있었듯 이원규 박사에게도 하루빨리 음성변환장치가 마련되길 소망해 본다.



2개의 답글 »

  1. 이원규님 소망을 갖고 일어서 십시요
    하나님은 지금도 살아 역사 하십니다
    하나님은 산자의 하나님이십니다
    하나님은 치료하시는 여호와십니다
    하나님은 이원규님을 사랑하십니다
    감사합니다.

  2. 최엘리사님// 이원규 박사님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살고 계시더군요. 몇달 전에는 보조기기 관련 강연도 하셨고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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